충주에서 약 5000평 정도의 사과 과수원을 경영하는 김교철입니다. 먼저 오늘에 제가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 중에 대구사과연구소 관계자님께 감사를 드리며 저의 유년시절과 과원조성동기 그리고 과수원에서의 일상생활을 적어봅니다.

< 유년시절과 과원조성동기 >

참으로 어려운 살림의 농가에 장남으로 태어나서 중학교를 어렵게 졸업하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지게질, 낫질, 품앗이 등 힘든 일을 하다가 17살 어린 나이에 무작정 가출을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큰 체구라 그 나이에 광산에서 막장일을 할 수가 있었다. 그후 서울로 올라가서 시계줄공장, 한약방, 상공장, 철공소, 냉동학원 등을 전전하다가 자동차 정비공장에 견습공으로 들어가 배고픔을 뼈저리게 느끼며 기술을 배웠다. 어느 정도 정비기술을 익히고 나서 덤프트럭 조수도 하고 버스 정비도 했다. 만 18세에 운전면허를 따서 가구점 배달원, 택시운전, 자가용원전을 하다가 만 20세에 대형면허를 취득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연소자로 서울에서 시내버스 운전을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계속 버스운전을 하다가 28세 되던 84년도에 충주로 내려와서 버스운전을 계속했다. 삭막한 서울보다 풍요로운 시골풍경이 훨씬 좋았다. 운전 중에 경사도 아주 심하고 집채만한 바위가 여러 군데 있는 사과 과수원을 보게 되어다. 지나다니다가 무심코 몇 번을 보게 되었고 드디어 가을철에 접어드니 온 과수원이 새빨갛게 물든 걸 보고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 즈음 지금에 우리 과원은 말 그대로 버려진 땅이었다.
그 때 나도 사과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사과농사로 전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버스운전이란 작업은 항상 가슴 조이며 그리 많지 않은 월급이었다. 휴가를 내서 월악산 밑에 그 과원을 찾아가서 내 의견을 말하고 그 집주인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이듬해 봄 드디어 사과나무를 심었다. 심고 나서 사과교육에 틈틈이 참석하고 운전하며 받은 월급으로 품이며, 농자재며 기타 과수원에 필요한 경비를 그야말로 아까운 줄 모르고 투자했다. 묘목 식재하고 6년간은 운전을 계속하면서 틈을 내어 사과원에서 값진 땀을 흘렸다. 93년도 사과나무를 심은지 7년 만에 퇴직하고 사과농사로 전업을 하게 되었다.

< 과수원에서의 일상생활 >

'87년도에 MM106 대목의 후지를 묘목장사의 말만 듣고 4.5m×3.5m로 식재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그 당시엔 묘목장사의 상술이 그럴싸하게 느껴졌다. 다행히 주간(측지)에 끝을 막지 않아 밀식장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다. 사과나무의 수상을 익히려고 많은 시간을 사과나무 생김새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처음에 퇴비를 많이 주고 비료를 많이 주면 무조건적으로 풍년농사가 되는 줄 알고 남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퇴비와 비료를 시비했다. 덤프트럭으로 몇 차씩 퇴비를 사서 모아 다시 발효 작업을 하여 경운기가 닿지 않는 곳에는 등짐으로 퇴비를 운반해서 시비했다.

전업을 한 후 본격적으로 교육도 받고 유명한 농장에 찾아가서 배우고 독농가를 초대하여 우리과원을 진단 받고 내 자식 키우는 이상으로 나무에 애착을 가졌다. 우리집 주변엔 사과원이 없어 주위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과원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당시엔 솔직하게 털어놓아 사과농사를 지어서 어느 정도의 소득으로 경제성을 영위한다는 생각보다는 주위의 이목이 집중되므로 최소한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다급한 마음뿐이었다. 속상하고 답답할 때엔 과수원을 한바퀴 돌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질 정도로 사과나무와 친숙해져 있었다.

1. 일반재배현황

식재한 이듬해 나뭇잎이 발아가 되지 않았고 별 방법을 동원해도 발아가 되지 않아 두 나무를 캐서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포장하여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고 당시 수원 원예시험장 문종열 과장님을 찾아갔더니 붕소결핍이란 진단이 나왔다.

그땐 붕소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때여서 무척 신기했다. 붕산을 물에 풀고 신문지를 그 물에 적시어 나무에 감고 몇 시간 지나 신문지가 마르면 엽면시비용 붕사를 물에 풀어 그 물을 분무기로 신문지에 적셔주면 나무가 흡수한다는 처방을 받고 그대로 시행하여 100% 회복시켰다. 그런 식으로 한 가지씩 과수원일을 배워 나갔다. 유기농업 교육을 받고 나서 다음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 들깻묵과 쌀겨을 수분 60%정도로 하여 엔자임 효소와 혼합후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그 효소를 자루에 담아 물에서 우려내어 그 물을 점적관수로 관수 시킨다. 관수시 마그네슘을 희석하여 같이 관수 시킨다. 마그네슘은 20㎏짜리 토양시비용보다는 1㎏짜리 엽면시비용이 찌꺼기가 생기지 않고 잘 녹아 사용하기 좋았다.

그리고 아미노산을 나무에 공급하기 위해 고등어와 흑설탕을 1:1로 재어놓으면 과수원에 지렁이가 놀라울 정도로 증식되었고 토양도 무척 비옥해 졌다. 지렁이 몸을 통과한 배변토는 N, P, K, Mg 등이 3배 정도로 증가한다고 한다.

과수원이 경사가 너무 심하여 할 수 없이 제초작업을 제초제로 해결하지만 그때마다 지렁이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다. MM106 대목이 격년결실이 심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꽃눈 형성기인 5월 하순에서 6월 상순경에 착과량이 많은 나무일수록 스코어링과 환상박피를 실시해서 그 걱정은 해소되었다.

경사가 심한 과원이라 애로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다리 사용이 쉽지 않아 사람이 나무에 오르내리며 전정, 적과, 적엽, 수확을 한다. 그러기 때문에 나무에 오르내리기 쉽고 일단 나무에 오르면 일하기 편하게 전정을 해야 한다. 식재 후 측지가 나오면 이쑤시개로 각을 벌리고 더 자라면 모래주머니나 끈으로 가지를 90도로 유인하였다.

착색에 대한 작업은 이렇게 한다.

처서가 지나서 필요 엽수만 두고 심하다고 할 정도로 도장지와 번무지 제거를 한다. 도장지 제거작업이 끝나면 바로 적엽을 실시하고 이어서 은박지 피복을 한다. 그 후에 또 다시 적엽을 하고 알돌리기를 한다. 우스운 얘기는 과수원에 돌이 많아서 은박지를 돌로 누른다. 10월 초순부터 색깔이 좋은 사과를 골라서 수확하고 알돌이기 적엽을 또 다시 병행한다. 이렇게 하니까 미색의 사과는 거의 없었다.

첫 번째 주지를 높게 하여 사과가 하수지에 달리게 하니까 높게 자란 가지의 사과보다 월등하게 굵고 착색관리 작업도 용이하였다. 집에서 선별포장을 하여 가락동 서울 청과로 출하한다. 과원이 고지대이고 경사가 있어서 배수가 잘되고 투광율이 좋아 고품질의 사과가 생산되므로 비교적 높은 값을 받고 있다. 나무에 과일이 평범한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즉 자기 씨를 퍼뜨리기 위해서라는 것을… 너무 좋은 조건에서 많은 영양소를 공급해 주면 굳이 씨를 퍼뜨릴 이유가 없으니까…

2. 병해충기타

병해충 방제는 대구사과연구소의 '약제살포력'대로 한다. 또한, 성페로몬트랩을 설치하여 밀도를 관찰하였다가 나방류의 밀도가 갑자기 늘어나고 나서 일주일 후에 전문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농약을 본인이 선택하기보다는 연구소, 조합, 농약상, 독농가들과 항상 긴밀한 연락을 취하여 그 때 그 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농약 선택 시 농약사용지침서와 몇 년이 자신의 영농일지도 많고 참고가 된다. 나는 손으로 소독을 하기 때문에 소독할 때가 다가오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이다. 소독 시에는 바늘구멍 만큼에 공간도 용납지 않고 꼼꼼하게 방제한다.

눈을 돌려 남들이 SS방제기로 소독하는 것을 보면 힘들기의 비중을 한없이 올라간다. 나의 작은 소원은 평지 과수원에서 SS방제기를 사용하여 농사 짓는 것이다. 남들은 다 사용하는 걸 나는 경사가 심하여 사용하지 못하고 그것이 작은 소원이라니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남들이 우리 과수원을 보면 그냥 주어도 농사를 못 짓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의 주어진 여건을 만족은 못하지만 천혜의 조건이라 받아들인다. 비록 이러한 조건에서 농사를 짓는 나를 보고 별별 소리를 다하지만 묵묵히 일할 따름이다. 과수원에 휴지 한 조각 담배꽁초 하나 버리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다. 돌이켜 보건데 그 동안에 열성과 노력과 인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사과나무가 노쇠하기 전에 좋은 조건의 신규과원을 조성하여 평생 사과나무와 함께 할 것이다. 품질 좋은 사과를 생산하여 나의 소득도 높이고 소비자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갈 것이다.

2000년 농약 살포 일지

날 짜	살균제	살충제	기 타
① 4월 22일	캡탄	다이메크론	전착제
② 5월 13일	시스텐엠	카스케이트	전착제
③ 5월 25일	다이센엠	모스피란	크레프논
④ 6월 5일	안트라콜	페로팔	붕산
⑤ 6월 15일	홀펫	노몰트	전착제
⑥ 6월 25일	베푸란	더스반	전착제
⑦ 7월 4일	푸르겐	선파이어	전착제
⑧ 7월 15일	베푸란	모노포	전착제
⑨ 7월 25일	홀펫	피라니카	전착제
⑩ 8월 8일	캡탄	오마이트, 다니톨
⑪ 8월 23일	실바코	더스반	칼슘
⑫ 9월 4일	아테미	DDVP	칼슘
⑬ 9월 18일	델란	피레스	칼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