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 왕 사과, 그 사과를 지키는 파순꾼 >

어느 잡지의 표어가 아니라 제 명함에 새겨진 문구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우리과일 사과를 지키고 발전시켜보려는 포부에서 명함 한 모퉁이에 적어 넣은 것이다.

제가 사과와 인연을 맺은 건 1973년 세 살 되던 해 아버지가 사과원을 조성하면서 부터이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인근의 사과조합에서 사무를 보면서 과수원을 겸업하고 있는 것이 제 모습이다. 그러니까 27년 정도 사과를 가까이 하고 살아온 셈이고, 실제로 제가 과수원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몸이 불편해져서니까 15년 정도는 과수원 이곳저곳을 봄부터 겨울까지 헤매고 다닌 셈이다.

이제는 제 스스로 한국의 표준 사과원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경제성 있는 경영방식에 대한 생각이 어느정도 체계화되었다고 한다면 너무 주제넘은 발상일까?

1. 일반재배관리

이제 저의 과원 현황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하겠다.
직접 경작하며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는 과원이 2,500평 정도의 참흙 토양이며, 약제 방제만 하는 과원이 2,000평(나머지는 친척 형님이 전담함) 정도의 사질토양이다. 2,500평의 사과원엔 10~20년 정도의 MM106대목 후지 70주, 쓰가루 15주와 MARK대목 5년생 쓰가루 200주, 양광 100주가 심어져 있다.

정지전정은 직접 겨울동안 틈틈이 하고 있으며 사과나무의 정부우세성을 고려하여 후지는 솎음전정 위주로, 쓰가루는 절단과 단축전정을 가미하여 실시한다. 하계전정은 바쁜 핑계로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지만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아 착색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전정목은 파쇄하여 다시 과원에 환원시킨다.

시비는 주로 유박을 주로하며 성목 1주당 1포, 유목은 2주당 1포정도 시비한다. 화학비료는 2,500평에 10포정도 했으나 거의 사용 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본다. 그러나 토양조건이 양호한 탓인지 40과가 30%, 50과가 40%, 60과가 25%, 기타 5%(후지의 경우) 정도로 대과가 생산되고 있다.

제초는 거의 예초기에 의한 제초를 원칙으로 한다. 년 3회 정도 실시하는데 때론 잡초가 사람 무릎 높이 정도까지 오기도 하지만 제초는 토양의 입단화를 저해하고 토양미생물을 치사시키는 등 부작용이 많아 가급적 삼가한다.

또, 과원이 약간의 경사지라 장마기의 토양유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예초를 우선한다. 그러나 금년에는 마크(Mark)대목의 유목에는 재식열을 따라 나무주변만 제초제를 사용하고 통로는 기존처럼 예초하려 한다. 이것은 제초제가 우수해서가 아니라 시간적 제약으로 미처 예초를 못하기 때문이다.

수세는 약간 강한 편이며 도장지 제거는 하지 않는다. 과실비대는 양호하며 과실모양은 보통이다. 머리뿔가위벌은 '97년부터 '99년까지 사용하였고 '99년에는 방사에 실패하였다. 착색관리를 위해서는 적엽작업만을 수행한다.

생산된 과일의 판매는 사과조합에서 전담함으로 별 걱정이 없다. 다만 농가에서는 철저한 선별과, 중량 엄수 등 규격출하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만 농가 수취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영원불변의 진리이다.

또, 대전과 대구지역 공판장에서는 봉지재배 사과(유대)를, 서울 가락동 공판장에서는 늦가을에는 유대를 선호하다가 깔좋은 무대가 본격 출하되기 시작하면 무대를 선호하므로 지역의 기호에 맞게 출하한다면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2. 병·해충·기타

이제 사과농사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농약방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겠다. 기존의 관행방제에 있어서는 1년에 15~18회 정도의 농약을 살포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대구사과연구소와 경북대학교 공동으로 [저농약 고효율 약제방제력]이 발표되어 있어 사과 생산농가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나의 과원은 이미 저농약 고효율 약제방제의 시험포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간 10회의 농약을 살포하였고 1999년에도 2군데 과원에 각각 10회, 9회를 살포하여 약제경감 살포에 확신을 갖고 있다. 살균제의 경우는 [저농약 고효율 약제방제력]을 100% 믿고 그 시기와 농약을 철저히 준수하면 갈반병 및 부패병 방제에 걱정이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홍로는 탄저병에 역점을 두어야 함) 살충제는 해충의 약제 면역력을 고려하여 봄에는 수화제 위주의 강도가 약한 약제를, 장마기와 고온기에는 유제위주의 고독성 농약으로 살포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살비제도 마찬가지로 계통이 다른 약제를 교호 살포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충제, 살비제, 살균제 간의 혼용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조류피해로 까치에 의한 피해가 조생종에서 15%, 만생종에서 5%가량으로 매우 심한 편이다. '99년의 경우 라디오방송에서 세계주요공항에서 조류퇴치를 위해 '티나터너(미국 여가수)'의 노래를 틀어 퇴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실제로 음악 테이프를 구해 사용해 보니 아주 효과가 좋았다.

농약의 선택은 스스로 하고 있으며 농약구입은 능금조합을 통해서 하고 SS기를 이용하여 살포하고 있다. 농약 1회 살포물량은 300평당 300리터이며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전착제은 유과기에는 사용하지 않고 6월중순이후 장마기에 소량(5cc/20ℓ)으로 사용한다. 봄과 여름에는 목초액을 가용한다.

이제는 생산농가 차원에서 농약살포 횟수를 줄여 농약대금 지출의 직접적인 생산비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환경보전에도 직접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야 할 때라 생각한다. 저농약 살포가 일반화되면 일반 소비자들이 사과가 농약덩어리라는 나쁜 이미지도 없애게 되고 자연히 깍지 않고 먹는 습관이 생기면 사과의 소비도 더 촉진되리라는 생각이다.

두서없는 글이 된 것 같지만 나의 사과 재배법에 대한 간단한 소개이니 모쪼록 사과 재배하시는 분들이 기죽지 않고 우량사과 생산을 할수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시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농사를 지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00년 농약 살포 일지